찰나의 과거에서 반짝이는 현재로 | 김정언 〈Trickling of touch〉

gold moment #3 



red moment #1



red moment #1-1


김정언의 사진은 시각적 효과보다 촉각이 먼저 온다. 그것은 빛의 포착이 아니라 빛의 발산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사진이 빛을 이용하여 빛의 효과를 작품 속에 담아 두었다면, 그의 사진에는 사진 위에 덧붙인 스팽글로 인해 빛이 작품 밖으로 반짝이는 물질적 효과가 강하게 드러난다. 찰나의 순간에서 반짝이는 순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이 사진 속 빛은, 그래서 시각적인 것보다 촉각적인 것에 가깝다. 

사진의 피사체 위에 스팽글을 덧붙이는 김정언의 이번 전시 〈Trickling of touch〉은 2014년에 진행한 개인전 〈반짝 반짝 모덴트〉의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이전 작업에서는 스팽글 조형물이 촬영된 피사체로써 작품 안에 존재했다면, 이번 작품의 경우 스팽글은 사진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 현상된 사진 위에 반짝이는 나무로, 토끼로, 그리고 한 여성으로 덧붙여진 것이다. 그래서 그 대상들은 우리에게 예전보다 더 가까이 돌출되어 있으며, 더 활발하게 반짝임으로써 더 적극적으로 우리의 촉각을 자극한다. 김정언 작가는 이 반짝거리는 존재를 묻는 질문에 “실재”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사진들은 데칼코마니의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데칼코마니처럼 왼쪽의 사진 프레임과 오른쪽의 프레임은 거의 같다. 그러나 왼쪽의 나무는 그냥 사진으로 찍힌 나무이지만, 오른쪽의 나무는 사진 속 나무 위에 스팽글을 덧붙이는 후작업을 했다. 두 나무 중에 무엇이 현실일까. 나는 사진 속 나무가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사진이 일반적으로 담는 현실 그 너머의 실재를 표현하려고 한다. 그래서 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공백의 자리를 스팽글로 처리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 그 미지의 아름다움을 그는 반짝거리는 존재로 보았다. 즉 사진 속 가방과 그 사진 위에 스팽글이 붙여진 가방. 사진 속 신발과 그 사진 위에 스팽글이 붙여진 신발. 둘 중 무엇이 진짜인지 묻는 것이다. 물론 사진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만, 김정언 작가는 이 스팽글로 표현된 자리가 더 진짜 같다고 말한다. 

“대상 위에서 색감이 반짝거리는 그 순간은 내 감정을 반영하기 때문에 나는 이 스팽글의 자리가 더 진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실재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진 속 감정은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스팽글의 반짝이는 효과를 통해 촉각적으로, 그리고 입체적으로 프레임 밖에 있는 우리에게 닿는다. 

그러나 그 감정들은 단순히 그의 개인적 감정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 속 인물과 동물(토끼)에게는 표정이 없고, 얼굴이 없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인 한 개인으로 해석되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사진을 찍으면 구체적인 대상이 나타난다. 사진은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니까. 그런데 아무개 누구씨가 아니라 우리 모두, 즉 누구나 될 수 있는 대상을 설정했다.”

때문에 이 작품 속에 있는 누군가의 반짝이는 감정, 그 공백의 자리는 지금 이 작품을 보고 있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프레임 밖에서 사진을 감상하는 데서 벗어나, 그 사진 속에 있는 대상이 되고, 사진 안에 들어가게 된다. 찰나가 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반짝이고 있는 현재로 말이다.

 

글 이기명 발행인 겸 편집인
해당 기사는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