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카오스모스 CHAOSMOS》 | 무한반복된 패턴의 유희


Catch Me If You Can, 2009 ⓒ이중근



Camouflage, 2002 ⓒ이중근


Tongue Flower, 2005 ⓒ이중근


“현대미술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은 스킬이나 완성도 보다 작가의 독창성이라고 생각한다.” - 이중근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6월 12일부터 8월 29일까지 이중근 개인전 『카오스모스 CHAOSMOS』가 열리고 있다. 카오스모스는 카오스(chaos)와 코스모스(cosmos)가 결합된 용어로서 혼돈과 질서가 구분된 기존의 대립적 세계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탄생한 개념으로, 혼돈과 질서가 상호 보완적으로 중첩되어 기묘하게 융합된 ‘혼돈 속 질서’의 세계로 소개 한다. 이번 전시는 이중근 작가의 20여년 동안의 작품 활동을 〈현대적 모티브 THE CONTEMPORARY MOTIF〉, 〈종교적 아이콘 RELIGION ICON〉, 〈신전 SHRINE〉의 3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으며, 첫 번째 섹션부터 마지막 섹션까지 작가의 초기 작업으로부터 현재의 작업까지의 독창적 이미지의 자연스러운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적 모티브〉 섹션은 다양한 형태와 색이 패턴으로 서로 연결되어 복잡하고 무한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우리가 존재하는 이 사회의 혼돈과 질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중근 작가는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현대예술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작가의 독창성이다.”라고 하며, 이 독창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 이미지와 패턴이라는 요소를 찾았고, 이 시대의 복잡함을 다양 형태와 색채로 연결시키는 디지털 패턴 이미지의 구성을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생산해냈다.

혼돈과 질서 속의 작품에는 재미와 흥미의 요소가 포함되어있으며, 작품을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에서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가 있다. 어떤 작품에는 작가의 모습이 군인이나 신사로 나오기도 하고, 다른 작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들의 상징적인 모습들이 나온다.

[나 잡아봐라 Catch Me If You Can]과 [위장 Camouflage]의 작품에서는 같은 제목의 영화 속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은 거인들인 움파룸파족이 춤추며 노래하는 것과 같이 작가의 모습이 수 십명 또는 수 백명으로 무한 반복하여 율동과 패턴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종교적 아이콘〉 섹션은 패턴 이미지에서 확장된 작업으로 종교적 도상을 통해 세계의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모습을 조형적으로 형상하고자 한다. 런던과 파리 등에서 레지던스 생활을 하며 유럽의 종교적인 생활을 접하면서, 그동안 해온 작품에 종교적인 영향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적 모티브 섹션의 〈오감화〉 시리즈는 사찰의 단청 문양을 모티브를 하여 조형적인 형상을 작업한 것이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어머니를 따라 사찰을 다니며 즐거워 했던 기억에서 얼룩이나 문양을 보며 기분 좋은 상상을 통해 나오는 패턴들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전통적인 문양을 이미지로 작업한 것 뿐 아니라, 그의 종교적인 관념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종교적인 관념은 유럽의 유명한 신전들을 접하면서 그만의 종교적 아이콘을 찾게 되며, 개념과 패턴의 이미지로 확장되었다.

신들이 머무는 공간이 지금 시대에서는 가상과 실제의 어떤 접점 아니면 그것에 혼동 이런 것들을 빗대어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인 것 같은 생각이다. 실제로 신전들은 실존하고 있으나, 그 신전이 있는 장소에서 눈으로 봤을 때 어떤 일루전을 보여지게 된다. 현대 과학의 기술이 발전하여 최첨단 장비를 이용하여 촬영하더라도 그 신전이 보여주는 거대한 모습을 지금 전시에서 보여주는 사진만큼 보여줄 수는 없다. 신전들은 대부분 대형 건축물이며, 이러한 건축물은 대형 카메라나 광각 렌즈 같은 걸로 아무리 한 번에 찍으려고 해도 화각이 나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기술적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건축물들을 부분 부분으로 해체해서 촬영하고, 그 것들을 컴퓨터 편집을 통해 다시 결합하여 하나의 사진을 완성한다. [순간에서 영원으로(From Moment To Eternity)]는 대형 신전 전체를 200컷의 사진으로 나누어 촬영하여, 그 사진들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From Moment To Eternity, 2015 ⓒ이중근



IN GOD WE TRUST, 2009 ⓒ이중근



Nirvana, 2009 ⓒ이중근


The Path of the Soul, 2009 ⓒ이중근



[세 개의 문(IN GOD WE TRUST)]은 기념비적인 신전의 경건하고 엄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입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의 입구에는 수많은 조각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 모습들이 우리가 상상한 엄숙한 모습이 아닌 재밌는 표정의 인물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마치 조각상들이 서로 조잘 조잘거리면서 얘기를 하는 것 같이 친밀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중근 작가는 자신 스스로 연기하듯이 300여명의 성서의 인물들을 상상하며 얼굴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였고, 그 조각상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 사진 300장을 하나하나 집어넣어서 합성하였다. 실제로 신전들은 이전에는 유명한 종교의 상징성으로의 장소이자 건물이기도 하지만 지금 시대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한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하는 그런 대상들로 변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여행을 와서 보는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신전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전〉 섹션은 이전 섹션의 종교적 아이콘에서 확장되어 세계 곳곳의 종교적인 장소와 역사적 건축물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여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흥사, 통도사, 종묘 등의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가치와 사찰, 천불상, 꽃살문 등 전통 문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종교적 도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로(The Path of the Soul)]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전인 종묘를 눈이 온 후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표현하고 있다. 종묘의 정전이 수평적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건축물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눈 덮힌 풍경에서 차분함과 신선함을 느낄 수가 있다. 정전의 앞마당에 신로(신들이 다니는 길)가 정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마치 영혼의 길처럼 보인다. 선조의 왕이 정전을 향해 걸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촬영하기 위해 작가는 눈이 그친 후 아무도 오지 않는 종묘에 2년 정도 걸쳐 방문을 했다고 한다. 정전의 지붕 양 끝에는 까치가 각각 한 마리씩 앉아 있다. 이 공간을 수호신처럼 지키는 또는 영혼이나 사람들을 맞이하는 대상처럼 까치를 넣었다. 편집 작업을 하면서 우연히 사진속의 나무에 까치집이 촬영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작가의 시그니처 요소로 까치 두 마리를 상상하며 반가움의 상징으로 합성했다.

이중근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본인이 얼마나 부지런한 작가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매일 출근하듯 방문하고, 눈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종묘를 찾아갔으며, 국내의 유명한 사찰은 한 번쯤 다녀갔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 백 커트의 사진을 한 곳에서 촬영하며, 그 많은 사진을 분류하고 조합하여 수 백회의 편집을 한다. 특히 그는 작품의 개념에 적합한 매체를 찾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데 도전하며, 독창성을 표현하는데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간다.

 

글 이진영 부산디지털대학교 영상크리에이터학과 교수
해당 기사는 2021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